창 밖의 은행나무는 좋은 약(藥)이다
처음 이 집에 이사 왔을 적에
손가락 굵기로
키는 내 가슴팍에 닿았지.
창밖에는 세 구루 은행나무가 있었네
무럭무럭 자라서는
내 키를 넘고 지붕을 넘었어.
너무 햇빛을 가려서
그 중에 하나를 구청에 신고를 해서 배어 달라
하였다네.
어느 해 봄날
꽃이 피었는데
꽃가루만 사방으로 퍼트리고
은행은 하나도 열리지 않더군
두 놈이 다 수컷이었다네…….
은행은 열리지 않아도
은행나무에는 벌레가 살지 않아
두 구루 사이에 빨래 줄을 치고
빨래를 널면 소독을 시키며 잘 말라
은행나무 잎엔 살균제가 들었거든..
은행잎을 따서 책갈피에 끼우면
책벌레가 생기지 않고
봉 다리에 은행잎을 넣어
집안 구석구석 놓으면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지…
그래서 일까
우리집엔 바퀴벌레도 살지 않아
무성한 은행잎이 우리집 창을 통해
살균제를 발산시켜 주나 보아
미생물을 죽이는 능력이 있는
은행잎은 잘 썩지를 않아서
거름으로 사용하기도 힘들어….
가루 내어 부셔서 흙과 혼합하여
뿌린 밭에는 벌레가 생기지 않아서
농사짓기 좋아 기분이 짱 이라지…
이 다음 시골집에는
암 구루에 수 구루를 접목해서
암수한몸인 은행 나무 심어서
가을이면 노랗게 익은 은행을 따서
냄새 독한 살을 벗기고
뺀지의 둥근 부분에 넣어 딱딱한 씨 껍질을 까
부수리라..
꿀에 재워 두고 일백일 지난 후에
기침 가래 나올 적에 두서너 알씩 먹으면
기침이 도망을 가서 목이 편해져서
기분 좋아
행복해.
꿀이 없을 때는 흑설탕에 재워 두었다 먹어도
돼
이 때는 끓인 물을 조금 넣어 주어야지
그럼 가래가 도망을 가서 가슴 속이 시원하다.
옛날엔
은행을 참기름에 넣어서
석 달 열흘을 두었다가
해수 기침에 먹었다지.
그런데 오래되면 기름이 산폐되면
허파에는 아주 나쁘거든 맛도 없어.
그래서 꿀에 재워 두고 먹었는 데
맛도 좋고 효과도 좋아.
어쩜 은행의 유효성분 중에 지용성인 것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꿀에 재웠다 먹는 것이 더
좋아…
은행 알을 냉동실에 넣어 두고서
약밥 할 때도 영양 밥 할 때도 넣어 먹고
철판에 기름을 두르고
은행 알을 자르르 쫘 악 깔아서 구우면
속껍질을 까고서 녹색 보석 알처럼
변신을 하면 입에 넣어 씹으면
그 맛도 참 좋고….
기침에서 해방 된 다우…
몇 해전까지만 해도 은행나무가
집 근처에 많아서
아침 일찍 은행나무 골목에 가면 은행을
주었는데…
태풍 한번 지나고 나면 은행이 무더기로
떨어져서
그냥 쓸어 담아 왔지….
그런데 지금은 늦잠 꾸러기가 되어
공짜 은행을 주울 수가 없고
함부로 주울 수도 없는 세상이 되어서
경동시장에 가서 사다 먹는 구만….
시골 가서는 창 밖에 은행나무 심어
내 방 소독을 날마다 시켜야지..
소나무도 심어서 솔 향도 맡고 살아 갈
내 앞날을 날마다 꿈꾸며 산다.
林光子 2006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