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 가까운 아 깊은 밤 천지를 울리던 우레 소리들도 이젠 마치 우리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걷히듯 먼 산맥의 등성이를 넘어가나 보다. 역시 나는 자정을 넘어 이 새벽의 나른한 시간까지는 고단한 꿈길을 참고 견뎌야만 처음으로 가을이 이 땅을 찾아오는 벌레 설레는 소리라도 귀담아 듣게 되나 보다. 어떤 것은 명주실같이 빛나는 시름을, 어떤 것은 재깍재깍 녹슨 가위 소리로, 어떤 것은 또 엷은 거미줄에라도 걸려 파닥거리는 시늉으로 들리게 마련이지만, 그것들은 벌써 어떤 곳에선 깊은 우물을 이루기도 하고 손이 시릴 만큼 차가운 개울물 소리를 이루기도 했다. 처서 가까운 이 깊은 밤 나는 아직은 깨어 있다가 저 우레 소리가 산맥을 넘고, 설레는 벌레 소리가 강으로도, 바다로라도, 다 흐르고 말면 그 맑은 아침에 비로소 감이 들겠다. 세상이 유리잔같이 맑은 그 가을의 아침에 비로소 나는 잠이 들겠다. |
Let It Be Me - Everly Brothers.
출처 : 오드리햅번
글쓴이 : 오드리헵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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