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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바람은 계절을 모른다

이피 제니아 2006. 7. 30. 12:44
 
** 바람은 계절을 모른다 **
바람이 우는 걸 보았다
고단한 심신 추켜세우지 못한 채
펑펑 울고 있었다 
만물은 솜털같은 보드라움으로도
굳은 땅을 뚫고 고개를 내미는데
바람은 아직도 겨울안에 갇혔나보다
팅팅 붓고 충혈된 눈으로 
낯선 타인을 보듯 그렇게 멍하니 
자신을 비춰보고 있었다
아직은 아무곁에도 머물지 못할
이방인처럼
서걱대는 마른 풀잎같은 
꺼칠한 모습으로 
무겁디 무거운 육신 지탱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즐거운 일이라곤 하나도 
없을 것 같은 표정으로
바람은 아직도 계절을 모른다
봄인지 겨울인지
바람에게 외쳐주리라
개나리 진달래 활짝 핀 봄
4월이라고.
출처 : 금강초롱의 블로그
글쓴이 : 금강초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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